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6-02-22본문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랜덤채팅'이 한 남성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상대방과 합의하에 진행한 '역할극(Roleplay)'이 실제 범죄로 둔갑해 법정에 서게 된 것. 수사기관은 그가 주고받은 메시지와 영상을 명백한 '성착취물 협박'으로 판단했고, 그는 억울함을 호소할 틈도 없이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
수사단계 막판, 불안함을 호소하며 찾아온 의뢰인의 손을 잡은 강창효 법률사무소 강창효 변호사는 재판에서 "범죄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숨겨진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 집요한 분석 덕분이었다.
합의된 플레이가 어떻게 끔찍한 협박 사건으로 뒤바뀌었는지, 그리고 벼랑 끝에서 어떻게 무죄를 이끌어냈는지 그 전말을 취재했다.
-
합의하에 한 플레이, 범죄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이었다. 의뢰인 A씨는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씨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중 두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른바 '강간 상황극(강간 플레이)'을 하자는 것. B씨가 피해자 역할을, A씨가 가해자 역할을 맡아 가상의 범죄 상황을 연출하는 놀이였다.
A씨는 B씨의 동의 하에 역할극에 몰입하여 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마치 상대방을 위협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와 관련 영상을 서로 주고받았다.
문제는 상황극이 끝난 후 발생했다.
B씨가 돌연 태도를 바꿔 "A씨의 메시지와 영상 때문에 실제로 극심한 공포심을 느꼈다"며 그를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수사기관은 A씨가 보낸 메시지의 내용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물등이용협박'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
수사기관도 속은 '함정'… 강창효 변호사의 반격
의뢰인은 불안함을 호소하며 수사 막바지에 강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재판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대응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 기록을 받아 든 강 변호사는 이 사건이 단순한 협박 사건이 아님을 직감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메시지는 협박이 맞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전제 조건'이 무시된 채 기소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핵심은 '고의'였다.
"고소인이 나중에 공포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의뢰인 입장에서 협박을 한다고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원칙도 세웠다. 사건을 도덕적으로 재단하지 말 것. 생소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로 단정하지 않고,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끌고 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전략의 핵심도 여기에 있었다. 촬영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상대방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조성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큰 걱정은 재판부의 이해였다.
-
그래서 그는 관련 사례들을 폭넓게 찾아보고, 역할극의 맥락과 당사자의 인식을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준비의 대부분을 쏟았다.
-
"피해자 진술이 흔들린다"… 법정에서 드러난 모순
재판의 승패는 피해자를 법정에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해 직접 질문을 던지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갈렸다.
강 변호사는 대화내역과 영상을 한 번에 제시하지 않고, 증인신문 흐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소인의 진술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 재판부가 직접 확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적중했다. 증인신문에서 B씨가 처음에는 그 플레이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재판부 역시 B씨가 느꼈다는 '공포심'의 실체에 의문을 품게 됐다. 한편 검찰 측 신청으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강 변호사의 조력 하에 합의된 상황극이었을 뿐 실제로 해를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고 차분하게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외형적으로는 협박에 해당할 수 있으나, 두 사람의 관계와 대화의 맥락을 볼 때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한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법리 너머의 사람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강 변호사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미팅을 마친 뒤, 우연히 1층 커피숍에서 엎드려 있는 의뢰인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사건이 단순한 법률 다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때 인간적으로도 많이 짠했고, 이 사건만큼은 정말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성범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억울함 푸는 열쇠는 '맥락'
이번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사건의 전후 사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관행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한 가지를 먼저 당부했다. 대화 기록과 자료를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할 것.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조언이다.
랜덤채팅이라는 가벼운 만남이 법정 구속의 갈림길로 이어졌던 그 순간. 자칫 성범죄자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매장될 뻔했던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진실의 조각'을 맞춰낸 변호인의 조력 덕분에 비로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강 변호사는 "맥락을 떼어내고 결과만 보면 범죄처럼 보이는 사건도, 끝까지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출처: [인터뷰|강창효 변호사 1] "강간 플레이 하자" 합의 후 돌연 고소? 무죄 판결의 전말
상대방과 합의하에 진행한 '역할극(Roleplay)'이 실제 범죄로 둔갑해 법정에 서게 된 것. 수사기관은 그가 주고받은 메시지와 영상을 명백한 '성착취물 협박'으로 판단했고, 그는 억울함을 호소할 틈도 없이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
수사단계 막판, 불안함을 호소하며 찾아온 의뢰인의 손을 잡은 강창효 법률사무소 강창효 변호사는 재판에서 "범죄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숨겨진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 집요한 분석 덕분이었다.
합의된 플레이가 어떻게 끔찍한 협박 사건으로 뒤바뀌었는지, 그리고 벼랑 끝에서 어떻게 무죄를 이끌어냈는지 그 전말을 취재했다.
-
합의하에 한 플레이, 범죄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이었다. 의뢰인 A씨는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씨와 온라인상에서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중 두 사람 사이에는 기묘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른바 '강간 상황극(강간 플레이)'을 하자는 것. B씨가 피해자 역할을, A씨가 가해자 역할을 맡아 가상의 범죄 상황을 연출하는 놀이였다.
A씨는 B씨의 동의 하에 역할극에 몰입하여 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마치 상대방을 위협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와 관련 영상을 서로 주고받았다.
문제는 상황극이 끝난 후 발생했다.
B씨가 돌연 태도를 바꿔 "A씨의 메시지와 영상 때문에 실제로 극심한 공포심을 느꼈다"며 그를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수사기관은 A씨가 보낸 메시지의 내용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물등이용협박'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
수사기관도 속은 '함정'… 강창효 변호사의 반격
의뢰인은 불안함을 호소하며 수사 막바지에 강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재판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대응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 기록을 받아 든 강 변호사는 이 사건이 단순한 협박 사건이 아님을 직감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메시지는 협박이 맞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전제 조건'이 무시된 채 기소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핵심은 '고의'였다.
"고소인이 나중에 공포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의뢰인 입장에서 협박을 한다고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원칙도 세웠다. 사건을 도덕적으로 재단하지 말 것. 생소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로 단정하지 않고, 협박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끌고 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전략의 핵심도 여기에 있었다. 촬영물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상대방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조성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가장 큰 걱정은 재판부의 이해였다.
-
그래서 그는 관련 사례들을 폭넓게 찾아보고, 역할극의 맥락과 당사자의 인식을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준비의 대부분을 쏟았다.
-
"피해자 진술이 흔들린다"… 법정에서 드러난 모순
재판의 승패는 피해자를 법정에 불러 당시 상황에 대해 직접 질문을 던지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갈렸다.
강 변호사는 대화내역과 영상을 한 번에 제시하지 않고, 증인신문 흐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소인의 진술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 재판부가 직접 확인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전략은 적중했다. 증인신문에서 B씨가 처음에는 그 플레이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재판부 역시 B씨가 느꼈다는 '공포심'의 실체에 의문을 품게 됐다. 한편 검찰 측 신청으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강 변호사의 조력 하에 합의된 상황극이었을 뿐 실제로 해를 가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고 차분하게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외형적으로는 협박에 해당할 수 있으나, 두 사람의 관계와 대화의 맥락을 볼 때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한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법리 너머의 사람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강 변호사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미팅을 마친 뒤, 우연히 1층 커피숍에서 엎드려 있는 의뢰인의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사건이 단순한 법률 다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때 인간적으로도 많이 짠했고, 이 사건만큼은 정말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성범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억울함 푸는 열쇠는 '맥락'
이번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사건의 전후 사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관행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는 한 가지를 먼저 당부했다. 대화 기록과 자료를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할 것.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조언이다.
랜덤채팅이라는 가벼운 만남이 법정 구속의 갈림길로 이어졌던 그 순간. 자칫 성범죄자로 낙인찍혀 사회에서 매장될 뻔했던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진실의 조각'을 맞춰낸 변호인의 조력 덕분에 비로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강 변호사는 "맥락을 떼어내고 결과만 보면 범죄처럼 보이는 사건도, 끝까지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출처: [인터뷰|강창효 변호사 1] "강간 플레이 하자" 합의 후 돌연 고소? 무죄 판결의 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