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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09-06본문
변호사 개업의 적기
경기가 좋았다면 이 칼럼을 더 많은 분이 관심 있게 읽어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경기가 나쁘니 법원이나 검찰에서 개업을 고민하던 분들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은 다릅니다. 어차피 개업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1년이라도 빨리 나오는 편이 낫습니다.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사건 수임료는 점점 하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변호사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업이니 가격을 낮추면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점점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빨리 나오는 편이 낫다고 말씀드립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다가는, 더 나빠진 현실 속에서 개업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개업, 후회하세요?
최근 스레드(Threads)를 시작하면서 많은 분이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판사에서 변호사가 되고 후회하지는 않으시나요?” 제 대답은 단호합니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고, 편안함만을 추구했다면 애초에 개업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업 변호사의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는 점에서 다시금 동력을 얻게 됩니다.
보상과 더불어 개업 변호사의 큰 장점은 자율성입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클수록, 사무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한 방식대로 일한다는 자유는 대체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줍니다. 다만 그 자율성은 동시에 불안정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늘 사무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혼자 버티기엔 한계, 그래서 법무법인 고민
변호사가 개업할 때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시작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어 절차가 간단하고, 수입을 바로 소득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곧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운영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따라옵니다. 결국 그 고민은 법무법인 전환 문제와 맞물립니다. 실제로는 의뢰인들이 먼저 “변호사님, 이제는 법무법인으로 확장하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무법인을 고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외적 신뢰입니다. 개인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는 브랜드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변호사를 찾는 분 중 상당수는 규모와 간판에서 신뢰를 얻습니다. ‘법무법인인지 아닌지’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변호사들끼리는 서면에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건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의뢰인 중에는 이런 설명을 들어도 선뜻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규모와 간판이 주는 신뢰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직원이나 어쏘 변호사를 채용할 때도 법무법인이라는 간판은 제도적 안정감을 더해줍 니다.
또 다른 이유는 세금입니다. 개인사업자로 남을 경우 소득세 누진세율에 따라 소득이 늘수록 부담이 커져 최고 45%까지 도달합니다. 일정 매출 이상이 되면 그 무게를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법인으로 전환하면 법인세율 체계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절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통장에서 곧바로 돈을 꺼내 쓸 수 있지만, 법인의 소득은 어디까지나 법인에 귀속되므로 대표 변호사가 이를 사용하려면 급여나 배당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세금이 붙습니다. 여기에 정관 작성·등기 등 개인사업자에게는 없는 행정적 절차까지 따라옵니다. 그렇더라도 사무실이 자리를 잡고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법인 전환에 대한 고민은 결국 피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법무법인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 자체는 법무사에게 의뢰하면 되지만, 지분 구조를 어떻게 나눌지는 세금과 직결되므로 세무사와 긴밀히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변호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가 세무 구조를 좌우한다는 점을 실감하게 됩니다. 셋이 함께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고도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법인에 이익을 남기지 않고 전부를 급여 형태로 가져가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사업자와 세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신뢰가 있다면, 다 같이 합의해 법인에 20~30% 정도 이익을 남겨두고 배당·재투자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비로소 법인 전환의 절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고, 사무실을 장기적으로 키워갈 기반도 마련됩 니다.
사업의 철학,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법인 전환에 대한 해답은 결국 각자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최근 읽은 《사업의 철학》(라이팅하우스 펴냄)이라는 책은 이 지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저자는 기술자로 머무르지 말고 사업가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자는 당장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만 집중하지만, 사업가는 구조를 만들고 시스템을 설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준비한다는 것입 니다.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능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사무실을 어떤 틀로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결국 세금 문제와 맞닿습니다. 개업 변호사와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개업 이후 제가 직접 경험했던 세금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세금고지서
가끔은 좀 쉬고 싶고, 나태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세금고지서가 도착하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개업 2년 차, 첫 종합소득세를 내게 되자 세금이야말로 저를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확실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세금의 구조와 주기를 이해하는 것은 개업 변호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기입니다. 보통 사업자는 매년 5월 말까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합니다. 그러나 연 매출이 5억 원을 넘는 성실신고 확인 대상자는 6월 말까지 신고해야 하고, 납부도 6월과 8월 두 차례에 나누어서 하게 됩니다. 여름과 겨울 초입에는 부가가치세 신고가 기다리고 있고, 매달 초에는 직원 급여와 함께 원천세 납부 기한이, 달의 끝자락에는 4대 보험 고지서가 빠짐없이 도착합니다. 사건 수임료는 들쭉날쭉하지만, 세금은 달력에 붉은 표시처럼 정해진 날마다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세무 관리, 잘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 사이
부가가치세는 이미 주머니에 들어온 내 돈 같지만, 사실은 내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부가세 전용 통장을 따로 두라는 조언을 흔히 듣습니다. 실제로 관리를 잘하는 분들은 수임료가 들어올 때마다 일정 금액을 곧바로 떼어 ‘세금 예치금 계좌’에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부가세나 종합소득세를 낼 때 자금 운용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저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철저하지는 못합니다. 판사 시절에도 연말정산조차 귀찮게 느꼈던 사람이니, 개업 후에도 세무 관리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합소득세는 주로 카드로 납부합니다. 잘 찾아보면 무이자 할부 카드도 있는데, 저 역시 개업 선배님에게서 이런 요령을 처음 들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세금이 모든 개업 변호사에게 공통된 숙제라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개업 변호사들이 의외로 크게 체감하는 부분이 건강보험료입니다. 대부분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는데, 매출이 늘수록 보험료로 바로 연동됩니다. 예상보다 큰 금액이 고지되면서 개업 변호사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무 실무에서도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부가가치세 신고에서는 소송 인지대, 송달료, 인건비, 광고비 등을 정확히 챙겨야 합니다. 차량 유지비·통신비·사무용품은 경비로 인정되지만, 개인카드와 업무카드를 구분하지 않으면 비용 처리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고 챙기면 그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건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개업 변호사의 성장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사무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법무법인 전환이나 세무 관리와 같은 현실적 과제도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남습니다. 바로 개업 변호사의 마음 관리입니다. 시장의 압박, 사건의 무게, 운영의 부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힘이야말로 장기적인 성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개업 이후 누구나 부딪히는 또 다른 과제, 바로 멘탈 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창효 변호사(전 수원회생법원 판사)
경기가 좋았다면 이 칼럼을 더 많은 분이 관심 있게 읽어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경기가 나쁘니 법원이나 검찰에서 개업을 고민하던 분들도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인 생각은 다릅니다. 어차피 개업 변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1년이라도 빨리 나오는 편이 낫습니다.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사건 수임료는 점점 하향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변호사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업이니 가격을 낮추면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점점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빨리 나오는 편이 낫다고 말씀드립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다가는, 더 나빠진 현실 속에서 개업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개업, 후회하세요?
최근 스레드(Threads)를 시작하면서 많은 분이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판사에서 변호사가 되고 후회하지는 않으시나요?” 제 대답은 단호합니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고, 편안함만을 추구했다면 애초에 개업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업 변호사의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일한 만큼 보상이 돌아온다는 점에서 다시금 동력을 얻게 됩니다.
보상과 더불어 개업 변호사의 큰 장점은 자율성입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클수록, 사무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계한 방식대로 일한다는 자유는 대체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줍니다. 다만 그 자율성은 동시에 불안정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늘 사무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혼자 버티기엔 한계, 그래서 법무법인 고민
변호사가 개업할 때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시작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자등록만 하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어 절차가 간단하고, 수입을 바로 소득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곧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운영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따라옵니다. 결국 그 고민은 법무법인 전환 문제와 맞물립니다. 실제로는 의뢰인들이 먼저 “변호사님, 이제는 법무법인으로 확장하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무법인을 고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외적 신뢰입니다. 개인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는 브랜드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변호사를 찾는 분 중 상당수는 규모와 간판에서 신뢰를 얻습니다. ‘법무법인인지 아닌지’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변호사들끼리는 서면에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사건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의뢰인 중에는 이런 설명을 들어도 선뜻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규모와 간판이 주는 신뢰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직원이나 어쏘 변호사를 채용할 때도 법무법인이라는 간판은 제도적 안정감을 더해줍 니다.
또 다른 이유는 세금입니다. 개인사업자로 남을 경우 소득세 누진세율에 따라 소득이 늘수록 부담이 커져 최고 45%까지 도달합니다. 일정 매출 이상이 되면 그 무게를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법인으로 전환하면 법인세율 체계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절세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통장에서 곧바로 돈을 꺼내 쓸 수 있지만, 법인의 소득은 어디까지나 법인에 귀속되므로 대표 변호사가 이를 사용하려면 급여나 배당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세금이 붙습니다. 여기에 정관 작성·등기 등 개인사업자에게는 없는 행정적 절차까지 따라옵니다. 그렇더라도 사무실이 자리를 잡고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법인 전환에 대한 고민은 결국 피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법무법인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 자체는 법무사에게 의뢰하면 되지만, 지분 구조를 어떻게 나눌지는 세금과 직결되므로 세무사와 긴밀히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변호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가 세무 구조를 좌우한다는 점을 실감하게 됩니다. 셋이 함께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고도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법인에 이익을 남기지 않고 전부를 급여 형태로 가져가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사업자와 세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한 신뢰가 있다면, 다 같이 합의해 법인에 20~30% 정도 이익을 남겨두고 배당·재투자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비로소 법인 전환의 절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고, 사무실을 장기적으로 키워갈 기반도 마련됩 니다.
사업의 철학,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법인 전환에 대한 해답은 결국 각자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최근 읽은 《사업의 철학》(라이팅하우스 펴냄)이라는 책은 이 지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저자는 기술자로 머무르지 말고 사업가가 되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자는 당장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만 집중하지만, 사업가는 구조를 만들고 시스템을 설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준비한다는 것입 니다.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을 직접 처리하는 능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사무실을 어떤 틀로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결국 세금 문제와 맞닿습니다. 개업 변호사와 세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개업 이후 제가 직접 경험했던 세금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세금고지서
가끔은 좀 쉬고 싶고, 나태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세금고지서가 도착하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개업 2년 차, 첫 종합소득세를 내게 되자 세금이야말로 저를 다시 책상 앞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확실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세금의 구조와 주기를 이해하는 것은 개업 변호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기입니다. 보통 사업자는 매년 5월 말까지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합니다. 그러나 연 매출이 5억 원을 넘는 성실신고 확인 대상자는 6월 말까지 신고해야 하고, 납부도 6월과 8월 두 차례에 나누어서 하게 됩니다. 여름과 겨울 초입에는 부가가치세 신고가 기다리고 있고, 매달 초에는 직원 급여와 함께 원천세 납부 기한이, 달의 끝자락에는 4대 보험 고지서가 빠짐없이 도착합니다. 사건 수임료는 들쭉날쭉하지만, 세금은 달력에 붉은 표시처럼 정해진 날마다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세무 관리, 잘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 사이
부가가치세는 이미 주머니에 들어온 내 돈 같지만, 사실은 내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부가세 전용 통장을 따로 두라는 조언을 흔히 듣습니다. 실제로 관리를 잘하는 분들은 수임료가 들어올 때마다 일정 금액을 곧바로 떼어 ‘세금 예치금 계좌’에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부가세나 종합소득세를 낼 때 자금 운용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저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철저하지는 못합니다. 판사 시절에도 연말정산조차 귀찮게 느꼈던 사람이니, 개업 후에도 세무 관리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종합소득세는 주로 카드로 납부합니다. 잘 찾아보면 무이자 할부 카드도 있는데, 저 역시 개업 선배님에게서 이런 요령을 처음 들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은 다르지만, 세금이 모든 개업 변호사에게 공통된 숙제라는 점만큼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더해 개업 변호사들이 의외로 크게 체감하는 부분이 건강보험료입니다. 대부분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는데, 매출이 늘수록 보험료로 바로 연동됩니다. 예상보다 큰 금액이 고지되면서 개업 변호사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무 실무에서도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부가가치세 신고에서는 소송 인지대, 송달료, 인건비, 광고비 등을 정확히 챙겨야 합니다. 차량 유지비·통신비·사무용품은 경비로 인정되지만, 개인카드와 업무카드를 구분하지 않으면 비용 처리가 부인될 수 있습니다.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고 챙기면 그만큼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건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개업 변호사의 성장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사무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법무법인 전환이나 세무 관리와 같은 현실적 과제도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남습니다. 바로 개업 변호사의 마음 관리입니다. 시장의 압박, 사건의 무게, 운영의 부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티는 힘이야말로 장기적인 성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개업 이후 누구나 부딪히는 또 다른 과제, 바로 멘탈 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창효 변호사(전 수원회생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