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성폭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 무죄
2026-02-06
■ 사건의 경위
이 사건은 의뢰인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즉 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의뢰인은 랜덤채팅을 통해 알게 된 상대방과 실제로 만난 적 없이 온라인상에서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양측은 대화 과정에서 이른바 강간플레이·협박플레이라는 설정을 전제로 한 역할극 형태의 대화를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영상과 메시지가 오갔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돌연 태도를 바꾸어, 해당 대화와 영상으로 인해 공포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의뢰인을 고소하였습니다.
그 결과 의뢰인은 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전략
이 사건에서 제가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촬영물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협박의 고의가 쟁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촬영물등이용협박은 단순히 영상이나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며, 그 촬영물을 이용해 상대방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조성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범죄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간플레이·협박플레이라는 설정이 어떤 맥락에서 형성되었고, 당시 대화의 흐름 속에서 의뢰인이 협박을 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사건을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수사 단계에서 강간플레이라는 이 사건의 특성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채 기소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토대로 강간플레이·협박플레이와 관련된 사례들을 정리하고, 재판부가 선입견 없이 사건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대화 내역과 영상을 질문 흐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제시하여, 고소인의 진술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를 재판부가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검사의 신청으로 피고인신문까지 진행된 사안이었는데, 의뢰인에게 사실 그대로 차분하게 진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설명했고, 실제 피고인신문에서도 의뢰인은 일관되고 무리 없는 진술을 유지했습니다.
■ 결과
법원은 이 사건에서 의뢰인에게 촬영물을 이용해 상대방을 위협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고소인이 사후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다는 주장만으로는 촬영물등이용협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없으며, 당시 대화의 흐름과 역할 설정을 종합해 볼 때 의뢰인이 협박을 의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결과 의뢰인은 중한 성범죄 혐의에서 벗어나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습니다.
■ 의의
저는 강간플레이·협박플레이라는 설정은 생소할 수는 있지만, 그게 낯설다고 해서 바로 범죄가 되는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대화의 흐름과 당시 상황을 보면, 의뢰인 입장에서는 그걸 협박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도 결국 저와 같게 사건을 바라보았습니다.
또 이 사건을 하면서 느낀 건, 수사 단계에서 이 사건의 구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소가 되면 그 부담을 결국 피고인이 다 떠안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건의 구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기관에서 “일단 기소하고 보자”는 식으로 넘어가는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가 나와서 정말 기쁘고, 다행입니다. 이 귀한 결과를 지킬 수 있도록 항소심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