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스토킹] 잠정조치(유치장 유치) 기각
2026-10-16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몇 차례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상대를 찾아가거나 위협한 일은 한 번도 없었지만, 헤어진 뒤의 연락은 스토킹으로 문제될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크지 않았던 일이, 공교롭게 하나씩 꼬이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 사이 법원의 결정이 있었는데 의뢰인은 연락처가 바뀌어 그 사실을 제때 전달받지 못했고, 결국 수사기관의 연락을 피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검사는 스토킹 잠정조치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분인 '유치'(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치는 최대 한 달간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신병을 가둔다는 점에서 사실상 구속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칫 의뢰인이 그대로 갇힐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의뢰인은 처음 전화로 상담을 문의할 때부터 몹시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심문기일을 코앞에 두고 '구속될 것 같은데, 내일 출석을 안하면 안 되느냐'고 물어올 정도였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절대 피할 일이 아니고, 법정에 나가 사정을 제대로 소명하면 유치만큼은 충분히 면할 수 있다고. 그렇게 의뢰인을 안심시키고, 다음날 함께 심문기일에 섰습니다.
첫째, 의뢰인이 잘못을 깊이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음을 진정성 있게 전했습니다.
의뢰인은 헤어진 뒤 거듭 연락하여 상대에게 불안과 고통을 준 점, 수사기관의 연락을 피한 점을 모두 변명 없이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진심 어린 반성과 함께, 석방된 이후로는 상대에게 일절 연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둘째, 의뢰인이 법원의 결정을 '알면서' 어긴 것이 아님을 밝혔습니다.
문제된 법원의 결정은, 의뢰인이 조사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뢰인이 결정을 알면서도 고의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연락이 닿지 않아 전달받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경위와 함께 차근차근 소명했습니다.
셋째, 이 사건의 위험은 '접근'이 아니라 '연락'이었음을 짚어, 스토킹 잠정조치로서 유치는 과하다는 점을 설득했습니다.
의뢰인의 행위는 전화와 메시지에 그쳤고 상대를 찾아간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잠정조치만으로도 피해자 보호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었습니다. 구금이라는 가장 무거운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넷째, 의뢰인이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드렸습니다.
의뢰인은 당시 부모님 곁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하루하루를 다잡고 있었고, 수사관의 연락에도 빠짐없이 응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예약하고 재발 방지를 서약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특히 의뢰인이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돌봄을 받고 있다는 점을 비중 있게 전했는데, 이것이 재범의 우려를 낮추는 실질적인 사정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 결과

법원은 심문 끝에 검사의 유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행위자에 대한 심문 결과 유치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의뢰인은 구금을 면하고, 일상과 생계를 이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판사님께서는 의뢰인의 자초지종을 끝까지 들어주신 뒤,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꾸짖음이자 선처였던 그 한마디에, 의뢰인은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겁에 질려 저를 찾아왔던 의뢰인은, 그제야 비로소 안도하였습니다.
■ 의의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될 일은 아니었습니다. 공교로운 사정들이 겹쳐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일수록, 겁을 먹고 피하거나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제때 법정에 나가 사정을 제대로 소명하는 것이 결과를 가릅니다. 이 사건은 그 한 번의 심문기일에서, 의뢰인을 사실상 구속의 문턱에서 구해낸 사례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마음이 많이 약해진 시기에 부모님이나 가족의 곁에서 함께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됩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의뢰인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며 다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 재범의 우려를 낮추는 긍정적인 사정으로 작용했습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이라면, 혼자 버티기보다 곁을 내어줄 가족 가까이에서 지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