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
[아청법위반(성착취물제작등), 미성년자의제강간 등] 항소심서 합의 없이 감형
2026-09-23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16세 미만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소지하였으며, 미성년자의제강간에 이르는 범행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의뢰인은 가족은 항소심 변호사 선임을 위해 저희 사무실을 찾아주셨습니다.
사정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점만으로도 죄질이 무거웠고, 여기에 의뢰인에게는 동종 범죄전력이 있었으며, 그 집행유예기간 중에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상황이었습니다. 한 차례 선처를 받았음에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 사건이었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검사 역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하였습니다. 감형을 구하는 항소와 더 무거운 형을 구하는 항소가 맞붙은 쌍방항소 사건이었고, 자칫 형이 더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악조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1심에서 피해자 두 명과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나머지 한 명의 피해자 측과는 끝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저는 범행을 미화하거나 피해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일절 하지 않되, 의뢰인이 잘못을 마주하고 책임지는 자세만은 재판부에 온전히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것이 제게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첫째, 합의를 먼저 끝까지 시도하고, 공탁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겼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공탁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회복의 출발점은 피해자 측에 진심이 닿는 것이라고 보아, 합의를 위한 노력을 먼저 이어갔습니다. 다만 합의를 서두르는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 측의 의사와 처지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노력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뒤에야, 마지막으로 공탁을 했습니다.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공탁이 합의를 건너뛰는 손쉬운 우회로였다면 재판부는 이를 참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끝에 남은 마지막 방법이었다는 점을, 그간의 경과와 함께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둘째, 사실관계를 일절 다투지 않았습니다.
의뢰인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모든 범행을 그대로 인정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항소이유서 첫머리에서부터 이 사건 각 범행이 보호받아야 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결코 가볍게 다루어질 수 없는 중대한 잘못임을 분명히 전제한 위에, 오직 진정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만을 참작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유리한 사정을 먼저 늘어놓으면 반성의 진정성부터 의심받습니다.
셋째, 양형자료를 한 번에 몰아 내지 않고 경과에 따라 보완했습니다.
저는 항소이유서에서 추후 양형자료를 보완하여 제출하겠다고 미리 밝혀 두고, 이후 의뢰인의 반성과 재범 방지 노력, 피해 회복을 위한 진행 경과, 가족의 선처 호소를 담은 자료를 재판 진행에 맞추어 이어서 제출했습니다. 선고 직전 서류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 아니라, 변화의 경과를 시간에 따라 보여드리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넷째, 변론의 태도 역시 결과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사건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자의 고통을 얼마나 진지하게 헤아리고 있는지가 서면의 문장과 법정에서의 자세를 통해 재판부에 그대로 전달됩니다. 저는 이 사건에서 재판부 앞에 서는 자세부터 낮추었습니다. 피고인을 대신하여 고개를 숙이고, 피해자와 그 가족께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변론에 임했습니다.
■ 결과

고등법원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등), 미성년자의제강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의 각 죄에 대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의뢰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원심이 선고한 징역 6년에서 1년이 줄어들었고, 다행스럽게도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하여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5년에서 16년 6월이었습니다. 선고된 징역 5년은 그 권고형 범위의 하한이자,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 받을 수 있었던 가장 가벼운 형이었습니다.
■ 의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실무에서 가장 무겁게 다루어지는 사건입니다. 여기에 동종 전력과 집행유예기간 중 재범이 겹치고, 한 피해자와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으며, 검사까지 엄벌을 구하며 항소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 없이 공탁만으로 감형을 이끌어냈고, 그것도 권고형의 하한까지 내려갔다는 점에 이 사건의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