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스토킹] 경찰송치 뒤집고 불기소 처분
2026-09-11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1년 남게 교제해 온 상대방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하룻밤 사이에 상대방의 직장을 찾아가고 전화를 걸었다는 이유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문제된 행위는 새벽 2시경부터 5시경까지, 약 세 시간 안에 이루어진 직장 방문 3회와 전화 4회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나흘 전 상대방이 "그만 연락해라"라며 연락처를 차단한 사정이 있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수사 초기에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까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스토킹범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형사처벌 자체로도 무겁지만, 의뢰인에게는 그 이상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학업 중인 학생으로, 그때까지 사회에 단 한 차례의 물의도 일으킨 일 없이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유학까지 고려하고 있던 터라, 전과가 남는 순간 학업과 장래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이 이미 혐의를 인정해 송치한 사건을, 검찰 단계에서 ‘스토킹 불기소’로 되돌려 놓는 것.
그것이 제게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저는 이 사건의 승패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 행위가 법이 말하는 스토킹범죄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대신, 스토킹범죄의 구성요건인 지속성과 반복성이 이 사건에서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면으로 다투었습니다.
첫째, 문제된 행위 전부가 '하룻밤' 사이에 있다는 점을 시간으로 증명했습니다.
저는 송치결정서에 기재된 방문과 전화의 시각을 하나하나 정리해, 문제된 행위 전부가 단 하루 새벽의 약 세 시간 안에 몰려 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나아가 의뢰인이 그 시각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 수사가 진행되는 현재까지도 상대방에게 찾아가거나 연락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서로 다른 기회에 걸쳐 되풀이된 스토킹이 아니라, 결별 과정의 그 하룻밤에 국한된 단발적 사건이라는 점을 시간표 자체로 보여드린 것입니다.
둘째, 최신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이 사건에 그대로 끌어왔습니다.
마침 대법원은 이 사건 수사 중이던 2026. 4. 16. '짧은 시간의 단속적인 행위에 그치거나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여러 번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는 스토킹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위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6도2108 판결은 약 10분간 차량으로 따라간 것과 약 6분간의 촬영조차 '상당한 시간 계속된 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저는 이 법리를 들어, 잠시 가게 앞에 이르렀다가 돌아가기를 되풀이한 행위와 응답 없는 부재중 발신이 지속성을 갖출 수 없음을 논증했습니다.
셋째, 같은 구조의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하급심 판결들을 모아 제출했습니다.
❶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온 관계에서 화해를 위해 상대방의 가게를 찾아간 행위에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 ❷ 명시적·확정적 거절 이전의 행위는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본 판결, ❸ 단시간 내의 일회적 행위는 지속·반복성을 갖추지 못한다고 본 판결, ❹ 종전부터 다정한 관계를 이어 온 당사자 사이의 연락은 불안감을 일으키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본 판결을 각각 정리해, 이 사건이 그 사안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밝혔습니다.
넷째, 관계의 경과를 통해 '스토킹의 고의'가 없었음을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교제 기간 내내 '다툼 → 일시적 차단 → 의뢰인의 방문 → 대면 화해 → 일상 복귀'의 패턴이 여섯 차례 넘게 반복되어 왔습니다. 상대방은 다툴 때마다 차단하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매번 의뢰인의 방문과 대면으로 관계가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 직전에도 상대방은 차단 의사를 밝힌 바로 그날 의뢰인과 통화하고 직접 만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과에 비추어, 의뢰인이 그 차단을 종국적·확정적인 거절로 인식하지 못했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의뢰인의 행위는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감정으로 종전에 용인되어 오던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었습니다.
■ 결과

검찰은 의뢰인에 대하여 '스토킹 불기소(혐의없음-증거 불충분)' 처분을 내렸습니다.
경찰이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송치한 사건이, 검찰 단계에서 그대로 뒤집힌 것입니다.
검사도 의뢰인이 직장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시도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약 세 시간에 걸친 위 행위는 일련의 반복적 행위가 아니라 시간적으로 근접한 일회성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점, 긴급응급조치 이후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한 사정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희가 정리해 제시한 논리가 검사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되어 참 뿌듯했습니다.
■ 의의
이 사건은 경찰이 이미 혐의를 인정해 송치한 상태에서, 최신 대법원 판례와 다수의 하급심 판결을 근거로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음을 밝혀 검찰 단계에서 스토킹 불기소 처분을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하룻밤의 일로 전과가 남을 뻔했던 의뢰인의 일상과 장래를 온전히 지켜냈다는 점에 이 사건의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