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촬영물등이용협박] 검사 항소에도 또 다시 무죄 판결
2026-08-21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변론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검사가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하였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얻어낸 무죄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 그것이 항소심에서 제게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였습니다. 의뢰인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처음 알게 된 상대방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성적 취향이 맞물려 이른바 '상황극(강간플·협박플)'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극 도중 의뢰인이 보낸 메시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검사는 그 메시지를, 상대방이 보내온 사진·영상을 빌미로 '요구를 거절하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검사의 항소이유는, 결국 1심이 이미 종합적으로 판단한 사정들을 달리 평가해 달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항소이유서를 조목조목 뜯어, 어느 것도 원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답변서에 담았습니다.
첫째, '협박의 고의'는 발언의 외형이 아니라 전후 맥락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앞세웠습니다.
검사가 인용한 대법원 판례조차 협박의 고의를 '행위의 경위와 당사자의 관계 등 전후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된 메시지는 문언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상황극'이라는 맥락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법리는 오히려 의뢰인에게 유리하였습니다.
둘째, 문제된 발언이 모두 상황극 내부의 대사임을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검사는 '상황극은 통화로, 협박은 채팅으로 했으니 구분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채팅에도 '진짜 강간하는 느낌, 협박플 느낌' 같은 멘트가 그대로 교차되어 있었습니다. 통화와 채팅을 갈라 채팅만 협박으로 떼어내려는 시도는 실제 대화의 흐름과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셋째, 상황극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뢰인의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상대방이 '상황극을 그만하자'고 요구한 사실은 대화기록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의뢰인의 마지막 발언 '친구랑 있으면 누르지마'는 상황극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1심도 이 점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던 만큼, 항소심에서 이 판단이 흔들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넷째, 협박의 고의가 없었음을 사후 정황으로 뒷받침하였습니다.
의뢰인은 그 발언 이후 상대방에게 다시 연락하거나 무언가를 요구한 사실이 없었고, 영상을 유포하지도 않았습니다. 애초에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알지 못하여 협박을 실현할 수단조차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다섯째, 검사가 신빙성의 근거로 삼은 상대방 진술을 탄핵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회피하면서도, 협박으로 보이는 부분만은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습니다. 저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진술이 객관적 대화내역과 배치되는 이상 그 신빙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증인신문 녹취로 드러냈습니다.
저희가 제출한 답변서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리가 강조되게끔 구성하였습니다.
■ 결과
사실 판사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히는 사건은 첫 기일에 곧바로 끝나지 않고 심리가 여러 차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만큼은 반드시 첫 기일에 변론을 종결시키겠다고 다짐하고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그날 바로 변론이 종결되었고, 그 순간 결과에 대한 좋은 예감이 들었던 사건입니다.

결과적으로,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1심의 무죄가 그대로 유지되어, 의뢰인에 대한 ‘촬영물등이용협박죄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것입니다.
그간 마음고생이 컸던 의뢰인은, ‘촬영물등이용협박죄 무죄’가 확정되었다는 소식에 그제야 깊이 안도하며 감사의 뜻을 전해 오셨습니다.
■ 의의
이 사건은 상황극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을 문언만으로 협박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1심의 판단을 검사의 항소에도 흔들림 없이 지켜낸 사례입니다. 항소심은 원심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인 만큼, 무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새로운 주장을 빠짐없이 반박하는 정교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어렵게 얻은 무죄라도 항소심에서 뒤집히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무죄 판결을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 그 무죄를 받아내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