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처분
[아동학대] 아동보호사건 불처분 결정
2026-08-10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사춘기 아들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다리 부위를 발로 걷어차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으로 고소를 당하였습니다.
아이가 게임을 하느라 학업을 소홀히 하자 의뢰인은 게임기를 감추어 두었는데, 아이가 숨겨 둔 곳을 알아내고 가지러 나가려 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였습니다. 아이는 발가락 염좌로 2주 진단을 받고 깁스를 하였고, 상해진단서가 첨부된 고소장이 접수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범죄는 피해아동이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없던 일이 되지 않습니다.
상해진단서까지 있는 상태에서, 전문직이었던 의뢰인은 형사재판과 전과를 각오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아동학대 사건에서 법원이 신경써서 보는 것은 행위자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가 지금 안전한가’입니다. 저는 이 점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아동학대 불처분 결정을 위한 변론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수사 초기에 선임되어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고 '인정'으로 정리하였습니다.
행위 자체가 명백한 사건에서 억지로 다투는 것은 실익이 없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만 남깁니다. 저는 피의자신문에 직접 참여하여 의뢰인이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도록 하는 한편, 그 경위와 우발성, 사건 이후 아이에게 거듭 사과한 경과가 조서에 정확히 남도록 하였습니다.
둘째, 형사사건이 아닌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되도록 하였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되면 형사재판과 전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의뢰인이 피해아동의 친부로서 훈육 중에 일어난 일인 점, 피해아동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미 원만하게 화해하고 사과한 점 등을 이유로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하였습니다. 조사 단계에서 남겨 둔 진술이 그대로 송치 이유가 된 것입니다.
셋째, 검사의 처분 의견에 대하여 처분 자체가 필요하지 않음을 밝혔습니다.
검사는 보호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하였습니다. 저는 보조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이 지속적·반복적 학대가 아니라 훈육 과정에서 일회적·우발적으로 발생한 사안이라는 점, 행위자가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아동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이미 관계가 회복된 점, 원가정에서 보호하는 것이 아이에게 이롭다는 점을 정리하여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넷째, 재범의 위험이 없다는 점을 자료로 소명하였습니다.
의뢰인의 반성문과 심리학적 평가보고서를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내역, 아동학대 예방교육 수료증을 제출하였고, 관할 구청이 연계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 절차에도 성실히 응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의견서를 낸 뒤에도 추가 반성문과 추가 진료자료로 다시 제출하였습니다. 치료가 재판을 위한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아이의 현재 생활을 구체적으로 소명하였습니다.
법원이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아이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입니다. 의뢰인은 사건 이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고, 아이의 친구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 대접하는 등 관계를 되돌리기 위한 시간을 쌓아 왔습니다. 저는 그 시간들을 가족사진을 비롯한 자료로 제출하여, 부자간의 신뢰가 이 사건 이전보다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는 점을 소명하였습니다.
■ 결과

서울가정법원은 의뢰인에 대하여 ‘아동학대 불처분 결정’을 하였습니다.
검사가 보호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서, 법원은 어떠한 처분도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동보호사건에서 불처분 결정을 받으면 형사처벌은 물론 어떠한 보호처분도 남지 않습니다.
■ 의의
아동학대 사건은 대부분 가정 안에서 벌어지고, 신고하는 사람도 가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는 사건의 결과 뿐만 아니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지를 계속 불안해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저는 서면을 준비하는 시간만큼 의뢰인의 불안을 가라앉히고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짚어드리는 데 시간을 들였습니다.
저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아동학대 불처분 결정을 여러 차례 받아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불처분은 잘못이 가벼워서 나오는 결론이 아니라 아이의 회복이 기록으로 확인될 때 나오는 결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건은 상해의 결과가 남은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수사 초기부터 방향을 잡으면 아무런 처분 없이 끝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