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불법촬영물반포등] 합의 없이 집행유예
2026-07-30
* 본 사례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후 검사가 항소하여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사건입니다.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각색하여 소개드립니다.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카메라등이용촬영 및 카메라등이용촬영물반포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저희 사무실에 오시기 전에 종전 변호인과 함께 공소사실 일부를 다투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까지 진행된 끝에 변론이 종결되었고, 선고기일까지 지정된 상태에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실형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처벌을 강력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다투던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합의마저 없었으므로, 의뢰인은 실형을 각오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저는 먼저 의뢰인이 저지른 잘못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 전제 하에 의뢰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하도록 하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이라고 보고 다음과 같이 불법촬영물반포 등 혐의에 대한 집행유예 변론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변론재개 후 기존에 다투던 공소사실을 ‘인정’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수사기록과 그간의 소송기록을 검토한 결과, 의뢰인이 다투어 온 부분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판단이었고, 이를 의뢰인에게 분명히 설명드렸습니다.
이미 변론이 종결된 뒤였으므로 변론재개를 신청하여 기회를 만들었고, 재개된 변론에서 의뢰인은 종전 주장을 번의하여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였습니다. 뒤늦은 자백이 형을 줄이기 위한 태도로만 읽히지 않도록, 잘못을 숨기려 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까지 함께 담았습니다.
둘째, 피해자께 사죄의 뜻을 전하고 합의를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피해자 측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의뢰인의 사죄와 반성의 뜻을 전하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원만한 합의를 요청하였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협의 경과를 있는 그대로 소명하여 재판부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셋째, 어려운 형편에서도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다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일정한 수입이 없었고, 별도의 민사판결에 따른 배상까지 이미 마친 뒤였습니다. 그럼에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 위하여, 보험약관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금원을 형사공탁하였습니다. 공탁금은 끝내 수령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죄와 합의 요청에서부터 공탁에 이르기까지의 경과, 그리고 그 금원이 마련된 사정을 대출내역까지 붙여 빠짐없이 소명하였습니다.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의뢰인이 피해 회복을 위하여 실제로 무엇을 하였는지는 기록에 온전히 남아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넷째,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중심으로 양형자료를 준비하였습니다.
의뢰인의 반성문, 가족과 오랜 지인들의 탄원서, 정신과 진료자료, 성범죄 재범방지교육 및 인지행동개선훈련 수료증을 제출하였습니다. 저는 이 자료들을 통해 의뢰인이 초범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하나의 결론으로 모이게끔 변론요지서를 구성하였습니다.
다섯째, 공소장변경으로 피해자가 추가된 뒤에도 대응이 늦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재판 도중 공소장이 변경되어 통신매체이용음란의 점이 추가되었고, 이로써 피해자가 한 명 더 늘어났습니다. 사정이 불리해진 국면이었습니다. 저는 변경된 공소사실 역시 전부 인정하는 한편, 추가된 피해자를 위하여 다시 공탁하고 변론요지서를 새로 제출하는 등 최선의 대응을 하였습니다.
■ 결과

1심 재판부는 의뢰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수강명령과 사회봉사명령이 함께 부과되었으나, 다행스럽게도 실형은 면하였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을 모두 면제하였습니다. 만약 이 명령이 함께 선고되면 형의 집행을 유예받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그런 점에서 면제는 집행유예 그 자체에 못지않게 의뢰인에게 중요한 결론이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양형이유입니다. 재판부가 유리한 사정으로 가장 먼저 적은 것은 의뢰인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혐의를 다투다가 ‘인정’으로 방향을 바꾼 변론전략이 유효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의의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합의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공탁금 수령을 거절하기도 하였습습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의뢰인에게 불법촬영물반포 등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과 취업제한명령까지 면제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성범죄 사건에서도, 선고를 앞둔 시점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할 때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