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송치
[강간] 유흥업소에서의 고소, 불송치 결정
2026-07-28
■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유흥업소에서 그날 처음 본 상대방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상호 동의하에 일부 신체접촉이 있었을 뿐, 상대방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날 업소 내 TC 정산 문제를 두고 의뢰인에게 반복적으로 항의 전화를 걸었고, 의뢰인이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자 불과 10여 분 만에 고소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뒤 같은 날 오후 실제로 의뢰인을 강간으로 신고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업소에 갔다가 하루아침에 상대방을 폭행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뒤 간음하였다는 강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강간죄는 벌금형조차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만이 규정된 중범죄입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은 물론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까지 따르는, 인생 전체가 걸린 사건이었습니다.
■ 강창효 변호사의 변론전략
성범죄 사건은 두 사람만 있던 공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자칫 누구의 말이 더 믿을 만한가의 싸움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저는 의뢰인의 해명을 되풀이하는 대신, 상대방이 사건 직후 스스로 남긴 객관적 자료들로 고소 내용의 허위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였고, 다음과 같이 강간죄 불송치를 위한 변론전략을 세웠습니다.
첫째, 사건 직후 통화 녹음을 정식 녹취록으로 만들어 의견서보다 먼저 제출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상대방이 사건 직후 걸어온 전화 세 통을 녹음해 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속기사무소를 통해 녹취록으로 작성하여 곧바로 제출하였습니다. 결론을 좌우할 자료라면 수사 초기에 이미 수사기관의 손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피의자조사 당일 곧바로 조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습니다.
저는 피의자신문에 직접 참여한 그날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하였습니다. 의뢰인이 실제로 어떤 취지로 진술하였는지 정확히 확인한 뒤, 그 진술과 객관적 자료가 서로 맞물리도록 의견서를 구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셋째, 통화 어디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대목이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상대방은 세 차례 통화 내내 자신이 왜 방에서 빠지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TC 정산에 불이익이 생기는지만을 따졌습니다. 통화는 심지어 의뢰인을 다정하게 부르는 말로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고소장에 적힌 것과 같은 피해를 입은 직후의 태도로는 도저히 볼 수 없다는 점을, 녹취록 문언 그대로 인용하여 밝혔습니다.
넷째, 신고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분 단위로 정리하였습니다.
정산 문제로 세 차례 통화, 조롱 섞인 문자, 의뢰인의 연락 회피, 고소하겠다는 문자, 그리고 신고. 저는 이 흐름을 시간순으로 제시하며, 이 고소가 실제 피해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연락을 무시하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꺼내 든 것임을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사건 직후 상대방이 보낸 문자 중에는, 강간이 없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표현까지 있었습니다.
다섯째, 강간죄의 구성요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정리하였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간음 사실까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저는 폭행·협박을 인정할 자료가 전혀 없고, 의뢰인의 진술이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며 객관적 감정 결과와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 결과

담당 수사관은 사건을 검토한 끝에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강간죄 불송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결정서에는 녹취록과 메시지 내역에서 고소인이 피해를 호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고, 이것이 정산 문제로 불이익이 생길까 신고한 것 같다는 의뢰인의 진술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어, 고소인의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가 명시되었습니다.
■ 의의
이 사건의 의미는 단순히 의뢰인이 강간죄 혐의를 벗었다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그 혐의를 어느 단계에서 벗었는지에 있습니다.
허위 고소를 당한 성범죄 피의자는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고, 그 자리는 사건이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갈수록 길고 무거워집니다. 재판까지 가서 무죄를 받더라도, 그때까지 의뢰인이 잃은 시간과 일상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의뢰인은 사건 직후의 통화 녹음을 남겨 두었고, 저는 그것을 수사 초기에 녹취록으로 만들어 고소 동기와 함께 정리해 제출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발빠른 대응으로 검찰에 넘어가지도, 법정에 서지도 않은 채 경찰 단계에서 조기에 마무리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